• 2022. 9. 30.

    by. 오구 대리

    오구대리의 독서생활, 오늘의 책은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이다.

    이 장편소설의 간단 소개부터 스포일러를 포함한 줄거리 및 리뷰가 그 내용이다.

    경찰차 싸이렌 소리를 구별하는 살인자.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 지금부터 시작!

     

    장편소설 <재수사> 간단 소개

     

    문학상을 석권하며 자신의 존재를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각인시킨 이후, 장강명은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때론 불편한 질문이 되기도 했을 그 질문들의 방식처럼, 장강명은 쓴다. 소설가 정유정이 먼저 장강명을 읽었다. "마침내 나는 상상 속의 소설을 만났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소설이다." 이것이 정유정의 대답이다.
    - 출처 : 알라딘 소설 MD 김효선 (2022.08.26) -

    MD 한마디[시대의 불안을 날카롭게 타격하는 이야기] 22년 전의 미제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형사와, 당시를 회고하는 범인. 장강명의 소설은 둘 사이를 팽팽하게 오가며 속도감 있게 달려간다. 한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우리의 정의는 정의로운가, 오늘의 한국 사회에 예리한 물음표를 겨누는 이야기
    - 출처 : yes24 소설 PD 박형욱 -

     

    재수사
    장편소설 <재수사>

     

     

    장강명이 6년 만에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인용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백치>와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그것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인용하는, 미결사건의 살인자가 첫 장을 시작한다. "나는 22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라는 고백과 함께. 장강명은 원고지 3천 매가 넘는, 지난 세기에 사라진 듯한 '소설'의 전범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을 이렇게 시작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유독 방대한 것은, 도박빚에 쫓기던 그가 글자 수 단위로 원고료를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검거되지 않은 살인자의 뒤편에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있다. 연지혜는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고, 드디어 이야기가 추동한다. 연지혜는 "차도를 건널 때면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기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도나 육교를 택"(12쪽)하는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마주치면 불꽃이 튀지 않을 수가 없다.

    100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범죄자와 형사의 내면을 취재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한 사람을 죽게 하고,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것이 과연 한 악인의 잘못에 불과한지, 한 사회의 사법 시스템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이 아닌지, 소설은 주장하는 대신 캐묻는다.

    - 출처 : 알라딘, 교보문고 출판사 홍보글 -

     

    재수사
    장편소설 <재수사>

     

     

    장강명 작가 소개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장편소설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 단편 「알바생 자르기」로 젊은작가상, 단편 「현수동 빵집 삼국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 『팔과 다리의 가격』, SF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를 썼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을 수록했다.

     

    장강명의 장편소설 <재수사> 리뷰

     

    오늘도 퇴근이 늦었다. 금요일이면 몸은 회사에 있으나, 정신은 이미 귀가 중이라는 것. 슬펐다. 출퇴근길에 틈틈이 읽었던 책을 오늘은 리뷰해보려고 한다.

    나는 장강명 작가의 오래된 팬이다. 나중에 서재를 보여줄 일이 생긴다면, 내가 얼마나 장강명 작가의 팬인지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수사>는 장강명 작가가 장편소설로는 약 6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기자 출신답게 날카롭고 속도감이 있는 문장, 즉 단문을 많이 쓴다. 그래서 가독력이 좋고 소설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가독력은 독자의 상상력에 속도감을 붙이고 작가의 주제의식은 결국 우리의 삶과 어쩌면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만든다.

    <재수사>는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장강명 작가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취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생생한 현장감이나 힘 있는 서사는 이 소설은 절대적인 장점이다.

    절친인 김대리의 지인이 경찰관이다. 그도 이 소설을 완독했는데, 정말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칭찬하면서 현직에 있는 그도 이 소설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강력수사대의 사건 인지(?) 방식이나 용의자 추리기, 피의자신문 방식, 국과수 활용(?), 증거능력(?)에 대한 고찰, 탐문수사 등은 장강명 작가의 방대한 자료조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했다. 다만, 오류가 있다면 '경사'라는 계급으로 정년퇴직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하였고, 대부분 '경위' 또는 '경감'으로 정년퇴직한다고 했다.

    아무튼, <재수사>는 2권이고 10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짝수 파트는 연지혜 형사의 수사 과정, 홀수파트는 살인범의 회고와 철학(?)을 서술했다. 그 두 중심축 사이, 즉 철학과 수사 사이에서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살인범을 추리해 나갔다. 살인범은 약 20년 전 신촌에서 여대생 민소림을 죽였고, 살인의 과정을 복기하는 동시에 현대사회의 시스템이나 윤리를 비판한다. 그 중심에는 계몽주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현대사회에서는 새로운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공격한다.

    반면, 연지혜는 강력수사대에서 선배형사들과 맨땅에 헤딩하는 방법으로 살인범을 추적한다. 그저 우직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는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죄의 정의와 처벌은 윤리적이고 정의롭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선배 형사들과 대화를 나눈다. 답은 없다. 그저 살인범을 잡는 것뿐.

    후반부에 가서 진범이 밝혀진다. 누군가는 예상했을 수 있지만,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 중 누군가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살짝 언급하자면, 민소림은 살인범에게 작은 동질감을 느낀 거 같다. 모두에게 거리를 두었던 민소림은 살인범을 그녀의 공간에 들어오게 하고, 우연히 그 살인범에게 혼자만의 '애칭'을 부르는데, 그것이 살인범에게는 발화점이 되었던 거 같다. 살인범은 그 '애칭'으로 인해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고, 바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재수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낀다. 장강명 작가는 홀수 파트에서, 그러니까 살인범의 회고와 철학에 더 집중해서 집필을 한 것 같다는 점이다. 그는 계몽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를 보완한다는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언급했다. 나중에 보니 <계몽주의 2.0>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깊게 보지 않으면 살인범의 궤변 같아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더 유쾌한 지적 허영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재수사>에 나오는 공리주의,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 신계몽주의, 비극의 의미에 대한 해석의 변천, 도덕적 책임의 원근법, 사실-상상 복합체 같은 내용은 그 기저에 무엇 있든지, 아니 그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도 <재수사>를 읽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재수사>는 재미있는 범죄소설이자, 설득력 있는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여러분이 지금 알 수 없는 공허와 불안 속에 머물고 있다면 말이다. 

     

    재수사
    장편소설 <재수사>

     

     

    장강명의 장편소설 <재수사> 중

     

    "그 큰 시스템 전체에서 형사 한 사람의 역할을 보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거지. 이게 우스운 게, 괜찮은 형사의 영향력은 작아. 무능한 형사의 영향력도 크지 않아. 그런데 나쁜 형사의 영향력은 커."
    "네?"
    "어느 형사가 제 할 일을 잘해서 그 팀이 범인을 잡는다, 그래서 검사가 기소하고 판사가 유죄를 때리고 범인이 감옥에 간다, 그러면 그걸로 끝이지. 부품들이 제대로 굴러간 거야. 어느 형사가 게을러서 자기 할 일을 안 한다, 또는 무능해서 제 일을 잘 못한다, 이건 시스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 뭐, 이 시스템에는 보완 장치들이 있으니까. 그 형사가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거나 목격자 진술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다른 사람이 그 일을 하면 돼. 어디 나사가 좀 삐걱거리거나 벨트가 느슨해진 정도야.
    그런데 어느 형사가 증거를 조작했다거나 증인을 협박했다면?
    그러면 관련 증거를 전부 못 쓰게 돼. 최악의 경우에는 진범을 잡아놓고도 풀어줘야 할 수도 있어. 볼트 조각이 부러져서 다른 톱니에 끼면 기계장치 전체가 멈춰버릴 수도 있는 거지. 다른 부품들도 못 쓰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고. 바꿔 말하면, 우리 형사사법시스템은 나쁜 형사에 취약해. 그러니까 이 시스템에 몸담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나쁜 부품이 되면 안 된다는 거야. 차라리 헐렁하고 게으른 게 나아."
    - 본문 25~26쪽 -

    "살인자인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삶의 의미와 윤리적 지침이 필요하다. 아니, 살인자이기에 더욱 더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 줄, 강하고 남다른 도덕적 중심을 원한다."
    - 본문 8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