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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대리의 독서생활, 오늘의 책은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이다.
이 장편소설의 간단 소개부터 소포일러 극히 일부 포함한 줄거리 및 리뷰가 그 내용이다.
한국소설사에 다시 없을 반전.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 지금부터 시작!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간단 소개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한다. 남자는 교사, 유기당하는 사체는 그가 가르치던 학생이고 둘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맺는 이야기의 프롤로그. 이제 우리는 스릴러 소설의 독법대로 이야기의 단서를 쫓아 범인을 찾아야 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집중하는 사이, (대부분의)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할 기회를 놓친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등의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해온 소설가 정해연은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인물과 인물 사이를 오간다. 누가 다현을 가장 미워했을까? 등장하는 인물마다 알리바이와 동기를 짜맞추며,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집중한다.
"준후는 인간의 방심을 믿었다."(54쪽)라는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스릴러를 읽는 독자들 역시 스릴러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다. 익숙함의 눈으로 이수설을 보다보면 결말의 반전이 놀라움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스포 금지'. '전무후무한 결말' 등을 홍보 문구로 내건 출판사의 소개글은 (적어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13.67>같은 '반전 미스터리'를 기대하는 독자를 위한 올 여름의 선택. 스포일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를 밟기 전 경험하는 것이다. 개봉 당일 그 어떤 인터넷 게시판도 찾아보지 않고 바로 극장에 가는 그 마음으로, 이 책을 가급적 빨리 볼 것을 권한다.
- 출처 : 알라딘 소설 MD 김효선(2021. 07. 30) -
[예측 불가의 결말을 향해 달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정해연 신작 스릴러. 소설은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장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마침내 도달한 그 끝에서 독자들은 예상한 경로를 벗어나 마주하게 된 낯선 풍경에 속수무책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 출처 : YES24 소설 MD 박형욱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스릴러 장르에 매진하며 장편 단편 할 것 없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을 발표한 정해연 작가의 신작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홍학의 자리』는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프롤로그는 이것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정해연 작가의 장점은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홍학의 자리』는 그런 그의 장점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21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매 챕터마다 놀라운 전개를 보이며 다음 챕터를 읽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특히나 차근차근 쌓아 올려 절절의 순간 터지는 클라이맥스의 진상은 한국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전이 분명하다.
하지만 『홍학의 자리』는 단순히 반전 하나만을 바라보고 치닫는 '반전 미스터리'가 아니다. 그 반전이 빛나는 것은 짜임새 있는 플롯과 완성도 높은 캐릭터가 모여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반전은 충격적일 만큼 놀랍지만 반전을 빼고서도 작품의 매력은 가시지 않는다. 스릴러 작가로서 정해연 작가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곧바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등 출판사 홍보글 -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정해연 작가 소개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 많지만 그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3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태국에 수출되기도 한 데뷔작 『더블』을 비롯하여, 『악의-죽은 자의 일기』,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또한 앤솔러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 여성 미스터리 소설집 『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 등에 참여하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 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정해연의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리뷰
직장인에게 연휴는 참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내가 하는 것이다. 부작위도 작위란 말이다. 지난 연휴에 깊은 생각 없이 읽을 수 없는 소설을 추천받았다. 지인 김대리는 나와 통화를 하다가 <홍학의 자리>를 읽어 보라고 했다. 전화를 스마트폰으로 <홍'합'의 자리>를 검색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숙취에 쩔어 있는 김대리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반나절이나 지났나 모르겠다. 김대리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홍학의 자리>를 샀냐고 물어봤다. 나는 두 번 당하지 않는다. "홍'합'탕으로 해장이나 해."라고 반격했다. 잠시 후 헬스장에서 만난 김대리는 <홍학의 자리>라는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홍합... 홍학...
그렇다. <홍학의 자리>는 잘 들어야 한다. 아니, 소설을 잘 듣다니. 이 소설은 분명 잘 들어야 한다. <홍학의 자리>는 스포와 그 의미가 중요한 만큼 더 이상의 언급은 어렵다. 누군가 말하는 이야기들을 '편견 없이' 잘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읽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홍학의 자리>에서는. 잘 듣는다는 건 잘 이해한다는 것과 어떤 면에서 동일하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한 학생이 죽었다. 그 아이의 사체를 한 사람이 유기한다. 유기한 사람은 자신이 죽인 것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 별 미친 짓을 한다. 그리고 그는 정말 누가 학생을 죽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둘은 사제지간이다.
조금 늘리자면, 고등학교 교사인 '준후'는 당직 중 본인의 교실에서 학생인 '다현'과 '뜨거운' 관계를 맺는다. 그 후 자리를 잠시 비웠는데, 돌아와서 보니 교실에는 목을 맨 다현의 시체가 있었다. 이 짧은 시간에 누가 다현을 죽였지라는 생각도 잠시, 준후는 '뜨거운' 관계로 인해서 자신의 흔적이 다현에게 남겨져 있을까 두렵다. 결국 준후는 다현의 사체를 호수에 유기한다. 그런데, 다현의 사인은 '익사'였다.
<홍학의 자리>는 모두가 범인 누군가에 초점을 맞춰서 읽는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관성과 법칙에 따라 단서나 동기, 알라바이 등에 따라서 범인을 추적한다. <홍학의 자리>는 그런 면에서 수작이다. 각 캡터의 호흡이 고르고, 책 넘김의 가속도는 갈수록 증가한다. 그래서 독자는 넘치는 속도감에 초점은 점점 좁아지고, 결국 바라봐야만 하는 본질을 놓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정해연 작가는 이 점을 노리지 않았을까.
<홍학의 자리>는 두 가지 반전이 있다. 물론 그중 '하나'는 범인이 누구냐 라는 추리소설의 문법이다. '나머지' 하나는 말할 수 없다. 그 '나머지'는 우리가 가진 편견이나 확증 편향을 조롱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롱당하고 혼나 봐야 한다. 그래서 <홍학의 자리>를 추천한다.
학교 경비원 '권중', 동료 교사 '미란', 다현의 친구 '은성',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 '인재'와 '치수'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조합도 훌륭하다. 어느 한 캐릭터도 쉽게 소모시키지 않는다. 계속해서 누가 누구였지?, 누가 누구랑 무슨 관계였지?, 그래서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부조리함을 꼬집는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는 '필연적인' 부조리함. 이런 관점에서 사실 다현은 누구도 죽이지 않았고 볼 수 있다. 다현은 교실에서 자살시도를 했으니까. 스포는 여기까지.
정해연 작가는 스릴러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스릴러는 경고입니다."라고 답했고, <홍학의 자리>의 경고는 '인정 욕구'라고 했다. 준후는 타인의 시선, 특히 비난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내면에는 반대의 욕구가 있다. 그것을 다현을 통해서 해소하는 사람이다.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끝맺음을 상상한 적도 없었다."라는 말속에서도 준후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준후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에도 연관이 있다. 그 사실을 본인은 알고 있음에도, 그 점을 들키지 않은 것을 안도하는 모습에서도 준후는 철저하게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결론적으로, <홍학의 자리>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원한다. 자신의 자리, 자리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외롭고 고독하며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홍학의 자리>라는 제목은 인정의 자리를 뜻한다. 그 인정 욕구를 채우지 못한 인간에 대해서, 그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부조리함에 대해서 집요하게 얘기한다. 특히, 미란과 다현 그리고 은성과 다현의 관계에서. 자, 이제 들리는가. 그렇다. <홍학의 자리>는 잘 들어야 한다.
수미상관으로 리뷰를 끝내려고 했는데, '홍학'은 동성애가 굉장히 많이 발견되는 동물이다. 수컷과 암컷이 새끼를 낳으면 또 다른 수컷이 암컷 자리를 빼앗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니, 뭐, 그렇다고.
내일도 출근이다. 진정 '내 자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 '오구대리의 취미생활 > 독서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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